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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본부

 
담배이야기-라일락
글쓴이 : 꼬부기 날짜 : 10-05-24 16:21 조회 : 1938

담배이야기-라일락
눈 내리는 겨울밤 ‘라일락’ 피우며 첫사랑을 떠올려 볼까...




베사메 베사메무쵸
고요한 그날 밤 리라꽃 피던 밤에
베사메 베사메무쵸
리라꽃 향기를 나에게 전해다오 ……

1940년대 멕시코의 콘수엘라 벨라스케스가 작곡한 노래를 현동주라는 작사가가 개사한 '베사메 무쵸(Besame Mucho)'라는 노래입니다. (※가사 중 '리라'는 라일락의 프랑스어 발음) '신라의 달밤' 가수 현인이 불렀는데, 발표 당시에도 유행했지만 우리나라 군부독재자 중 한사람의 애창곡이라고 해서 더욱더 유명해진 노래입니다.

대부분의 식물들은 후손을 번성시키기 위해서 곤충들이 주로 활동하는 대낮에 꽃잎을 벌리고 향기를 내 뿜으면서 꿀을 생산합니다. 그러나 라일락은 밤에 피는 꽃이라고 위의 노래에서 언급한 것처럼 밤이면 향기와 빛깔이 더 도드라지게 보입니다. 실재로 라일락은 밤에 피는 꽃은 아니지만 그 향기가 너무나 그윽하고 풍부하여 밤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그렇게 표현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취입 레코드에는 '지던 밤'이라고 불렀지만 현인 선생이 살아생전에 자주 출현하신 『KBS-1TV 가요무대』에서는 꼭 '피던 밤'이라고 했고, 자막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라일락은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에 가장 빛나는 꽃입니다. 독일에서는 '라일락 타임'이라는 축제를 여는데 처녀들이 라일락 꽃송이를 찾아다니는 놀이입니다. 보통 라일락 꽃은 끝이 네 갈래지만 간혹 돌연변이로 다섯 갈래인 꽃이 핍니다. 그래서 그 꽃을 먹으면 연인의 사랑이 변치 않는다고 믿었답니다. 반면 영국에서 라일락은 우울함의 상징으로 약혼한 연인이 상대방에게 라일락 꽃 한송이를 보내면 파혼이라는 징표였습니다.

라일락을 '수수꽃다리' 혹은 '정향나무'라고 부릅니다. 정확하게 구분하면 '수수꽃다리'는 우리나라의 북한 지방에 자생하는 특산식물입니다. 라일락은 아랍이나 아프리카가 원산지이지만 15세기 '대항해시대(geographical discoveries)' 때 유럽에 소개되어 인기를 끌었습니다. 우리나라에 전래된 것은 중국을 통해 조선말에 들어왔으며 주로 원예용으로 전국에 퍼졌습니다. '정향나무'는 중국에서 부른 명칭인데, 중국은 향기가 진한 꽃들을 모두 '정향(丁香)'이라고 이름 붙였으므로 정확한 구분은 아닙니다. 문제는 우리가 흔히 보는 이 꽃나무가 라일락일 수도 있고 수수꽃다리일 수도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수수꽃다리와 같은 핏줄을 가진 중국의 나무가 아편전쟁 무렵 유럽으로 건너가서 수많은 변종으로 개량되었고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왔는데 나무의 출처를 밝히지 않고 모두 라일락으로 불렀습니다. 원래부터 라일락과 수수꽃다리는 모양과 특성이 비슷해서 전문가들조차 구별을 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관련 자료를 보면 수수꽃다리는 잎이 더 크고 색이 진하며 수피가 회갈색인 반면 라일락은 곁가지가 더 많은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품종개량이 이루어지고 지금처럼 식물의 종이 명확하지 않은 시기에 비슷한 식물들은 모두 중국의 영향을 받아 정향나무로 불렀으며, 민간에서는 '새발 사향나무'라고도 했습니다.

몇 년 전 한 방송국의 TV프로그램에 소개되어 반향을 일으켰던 '미스김 라일락'은 수수꽃다리의 한 종류입니다. 1960년대 말 수수꽃다리과의 특성을 가려 '정향나무', '수수꽃다리', '개회나무'로 분류했는데 '미스김 라일락'은 개회나무입니다. 좀더 정확하게 설명하면 1947년 미국 적십자사 직원으로 한국에 온 미더라는 사람이 북한산 백운대에서 채취한 털개회나무 종자 열두그루를 미국으로 가져가 육종에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 근무 때 자신을 도와준 미스김을 생각해서 '미스김 라일락'이라고 명명했습니다. 지금은 종자값을 지불하고 우리나라가 역수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라일락은 학교 정원이나 집 울타리, 돌담 곁에 관상용으로 많이 심었습니다. 꽃이 필 무렵이면 향기가 마을 입구에서 맡아질 정도로 진합니다. 봄볕의 따스하고 나른한 오후, 햇살이 비켜드는 정원 한쪽에서 스멀스멀 피어나는 라일락 향기는 봄앓이를 하게 만듭니다. 꽃잎이 흩날리는 나무 아래에 앉아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거나 '바이런(Byron)'의 싯귀 한구절을 읊조리면서 누군가를 상상하는 즐거움은 젊은날의 특권이었습니다. 그래서 라일락은 청춘의 꽃이라고 했던가 봅니다. 남학교 보다는 여학교 교정에 더 많이 심어져 있었으며, 누구나 학창시절의 애틋함을 간직하고 있듯이 그때 그 모습은 라일락 꽃 향기처럼 진하고 애잔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라일락 꽃향기 맡으면/잊을 수 없는 기억에/햇살 가득 눈부신 슬픔안고/버스 창가에 기대 우네……”

이문세가 부른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이란 노래가사 중 첫 소절입니다. 라일락의 향기가 진한 계절에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진 아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다는 화자의 가슴 시린 사랑의 추억을 구성지게 표현한 곡입니다.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아마도 그 시간을 기억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러므로 미움보다는 잊혀짐이 더 슬픈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들은 살면서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를 주거나 아니면 내가 상처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인간은 타인과 어울려 살아갈 수밖에 없는데 그 삶에서 상처를 주고받는 행위가 벌어지고 또 그만큼 빨리 잊는다는 망각의 특성을 갖고 있어서 여태까지 살아왔습니다. 라일락 꽃 향기가 지나간 사랑을 떠올리게 하듯 담배 《라일락》은 상처의 아픔을 되살려 다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데 좋은 구심점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혼자서 피는 담배는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생각의 폭을 깊게 해서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내면의 거울이니까요.

겨울밤 소담스럽게 내리는 눈을 꽃잎으로 생각하고 피운《라일락》의 연기에서 잊혀진 첫사랑을 되살리는 것도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낭만이 아닐까요. 그 추억이 아무리 내 가슴을 도려낼 정도로 아프게 했더라도 그때는 온전히 나의 숨결이었다면 소중하게 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저의 '담배 이야기'를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글. 프리존 명예기자 plug10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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