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이야기 - Dunhill
흑인노예의 우연한 실수로 탄생?

담배는 브랜드의 충성도가 높은 상품이라고 하는데 그 특징을 고스란히 나타내는 것이 바로 ‘던힐’입니다. 정확한 자료가 발표되지 않아서 일반화시키기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보면 ‘던힐’을 즐겨 피우는 애연가가 다른 브랜드의 담배는 좀처럼 못 피운다고 합니다.

‘던힐’은 담배의 가장 기초적인 재료라고 할 수 있는 잎담배의 선택에서 다른 제품과 구분되는 독특함이 있어서 그 영향을 무시 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즐겨 피우는 시가렛 형태의 담배를 원재료인 잎담배를 기준으로 분리하자면 미국형, 유럽형, 터키형, 영국형으로 나뉩니다.

미국형(American blended type)은 니코틴 자극성이 가장 강하며 잎담배의 종류인 황색종, 벌리종, 오리엔트종을 혼합, 향료를 첨가해서 만든 것으로 일반적으로 끽미가 경쾌한 것이 특징입니다.

‘카멜’이란 담배가 원조이며 미국을 비롯한 거의 대다수의 나라가 여기에 속합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포함되죠.

유럽형(Europen blended type)은 미국형과 유사하지만 고급 잎담배인 오리엔트종의 사용량을 20%이상 늘려서 만든 것을 말합니다.

터키형(Turkey blended type)은 오리엔트종 잎만을 사용하고 향료를 첨가하지 않는 것이 특징입니다. 하지만 2차 대전 후 미국형에 밀려 사양길입니다.

영국형(virginia blended type)은 황색종만 사용하며 향료를 아주 적게 넣거나, 거의 첨가하지 않고 본래의 맛을 보존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체적으로 부드럽고 감미로운 맛이 납니다. 바로 ‘던힐’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황색종(Bright)은 우리나라에서는 통칭되는 명칭인데 미국의 버지니아 지역에서 재배되었다고 해서 일명 버지니아 엽초라고도 합니다. 열기 건조 방식으로 말리며 니코틴 함량은 중간 수준이고 대체로 부드럽습니다. 다른 잎담배와 혼합해서 쓸 때는 바로 이것이 담배 맛을 좌우한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미국의 역사에서 노예제를 빼놓고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당시로서는 노예가 정말로 중요한 생산수단(?)이었습니다. 아마도 초창기 미국을 발전시키는데 결정적인 공로는 흑인 노예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 황색종이란 잎담배도 1839년 노스캐롤라이나 지역 잎담배 생산 농장의 스티븐이라는 흑인 노예가 처음 발견했습니다. 그는 잎담배 건조처리 창고에서 밤새워 불을 돌보는 일을 맡았는데 깜박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장작불이 다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놀라서 허둥대다가 꺼져가는 불덩이에 숯을 몇 개 집어넣었는데 불은 활활 타오르지 않고 대신 창고 안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으며 건조시키려고 매달아 둔 잎담배의 색이 밝은 노란색으로 변해버렸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을 안 농장 주인은 잎담배를 망친 스티븐을 야단치기 보다는 오히려 신기하게 생각했으며 노랗게 변한 잎담배를 말아서 피웠더니 장작불로 건조한 것보다 훨씬 맛이 순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후 처리방법을 정교하게 다듬었으며 열기 건조 방식으로 생산한 잎담배가 부드럽고 맛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많은 이익을 남겼습니다.

스티븐의 사소한 실수가 만든 헤프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담배 산업의 역사에서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잎담배 생산업자들은 연기가 없는 숯불의 열이 더 순하고 맛좋은 담배를 만든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담배를 자연이 준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터득한 일종의 혁명이었습니다. 즉 담배를 재배하고 건조 처리하는 방법을 통해서 원래 성질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지요. 우연한 실수가 탄생시킨 건조 방법으로 말린 담뱃잎이 바로 ‘던힐’의 원료 입니다.

황색종은 세 종류의 잎담배 중 가장 부드럽고 감미롭다고 합니다. 그런데 ‘던힐’이 세계 1위의 판매고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러한 잎담배로 만든 담배를 대다수 애연가들이 좋아하는 것은 아닌 가 봅니다. 오히려 인간에게 가장 친숙하다는 부드러운 맛에 거부감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아마도 담배가 기호품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아닐까요?

<글. 프리존 명예기자 plug10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