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0일 “채용 성차별 그만!” 첫 제동걸다 [오래 전 ‘이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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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림망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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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89년 11월20일 “채용 성차별 그만!” 첫 제동걸다
지금은 서울교통공사로 통합된 옛 서울메트로가 여성 지원자들의 점수를 조정해 전원 탈락시켰다는 소식, 전해드렸죠. ‘21세기에 이런 일이!’ 하며 분개한 분들 많으실 겁니다. 지금도 공공연하게 이뤄지는 채용 성차별이 과거에는 얼마나 극심했을까요.

30년 전 오늘 기업의 성차별 관행에 제동을 건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1989년 11월20일 경향신문에는 남성을 우선 채용하는 기업을 고발하고 나선 한 여대생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서울지역 여대생 대표자 협의회(여대협)’ 회장 직무대행인 서현주씨(서울대 서문학과 4·서울대 총여학생회장)가 그 주인공입니다.

서씨는 그해 11월14일 검찰에 동아제약 등 4개 기업 대표 4명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고발했습니다. 이 기업들은 신문에 남자만을 뽑는다는 사원모집 광고를 냈습니다. 서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고발의 배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습니다. “우린 남자들과 똑같이 경쟁해서 4년간 똑같이 공부했어요. 그런데 직업을 택하는 데 있어 여자는 무조건 안된다니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 편견에 의한 결정적 불이익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생각이었지요.”

신문은 여대협의 고발에 대해 “고등교육을 받은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나면서 지난해 4월 ‘남녀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여성들의 첫번째 공식 도전이란 데서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남녀고용평등법은 고용에 있어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하는 법률로 1987년 12월 제정, 1988년 4월 시행됐습니다. 이 법 6조인 ‘모집과 채용’ 조항은 ‘사업주는 근로자의 모집 및 채용에 있어서 여성에게 남성과 평등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을 채용에서 대놓고 배제한 것이지요.

1989년 11월20일자 경향신문 4면
이에 여대협이 나섰습니다. 1987년 10월 서울의 28개 대학 총여학생회장들로 구성된 이 단체는 1988년 여름부터 취업에 관한 자료를 모으고 성차별에 대처할 방법을 생각하다 ‘고발’이란 방법을 택했습니다. 서씨는 “여성취업이 어렵다는 생각은 언제나 골수에 박혀있었어요. 여학생회는 많은 여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다루기 위한 조직이니까 우리의 취업 문제에 그렇게 접근해 가보는 것이죠. 우리의 능력이 있는만큼 똑같이 기회를 얻어 세상일에 임할 기회를 갖겠다는 거지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업준비생으로서 앞으로의 일이 걱정되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럼 누가해요?”라며 당찬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들의 도전은 어떻게 끝났을까요?

한국여성개발원이 1993년 낸 연구보고서에서 그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듬해인 1990년 3월 검찰은 4개 법인과 대표 4명을 각각 벌금 100만원씩에 약식기소 했습니다. 2개월 후인 그해 5월 지방법원은 벌금 100만원의 약식 명령을 내림으로써 사건을 종결시켰습니다. 이로써 이 사건은 고용평등법이 시행된 이래, 한국에서 성차별금지가 법적으로 금지된 이래 처음으로 사업주가 성차별로 인해 처벌받은 사례로 기록됐습니다.

지난 10일 여성이 대부분인 직렬의 정년을 남성보다 10년 이상 낮게 정한 국가정보원 내부 규정이 무당하다며 무효로 하라는 내용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30년이 지났지만 갈길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여적]남자 57세, 여자 43세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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